잡설2022. 11. 24. 13:30

잘 하는 게 없으면 내 깊은 사색을 통해 마음이 어떤지 알아야 된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도 모르면서 무언가를 잡고 있는 건 시간 낭비다. 지금까지는 고민이 생겼을 때 계속 붙잡고 있어야만 해결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해결 될 수 없는 것에 대하여 붙잡고 있는건 스스로를 학대하는 행위다. 생각은 바꿀 수 있는 것이고 바꾸지 않으면 사람은 도태된다.

지난 주말 여행을 다녀오면서 뻥 뚤린 개방감을 느꼈다. 한편으로는 행복하며, 한편으로는 불안했다. 나의 여행지는 항상 바다다. 바다는 열려있다. 파란 수평선은 하늘과 경계를 찾기 어렵다. 그래서 시야 한면이 푸른색으로 채워진다. 바람이 불어오면 파도소리와 함께 시원한 공기가 허파를 채운다. 잔잔히 반복되는 파도는 따뜻한 안정감이 있다.

파도가 불어오는 해수욕장을 넘어서면 언덕이 있다. 언덕에는 소나무가 위치하기 마련이다. 바람을 맞은 소나무들은 그 껍질이 단단해 얼마나 많은 풍파를 맞이했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꽃가루들은 갈라진 틈 사이사이 스며있어 자세히 보면 볼 수록 지저분하다. 하지만 그 곰팡이와 꽃가루들이 자연을 이루는 큰 축이라고 생각하니 짧은 생각을 가진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바다를 한창 보고 걸으면서 삶에 대한 고민을 하기는 커녕, 기분 가는대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진지한 삶의 자세를 잡으려고 가는 여행은 내게 무리였다. 느낌이 가는대로 바다를 보고, 수목원을 둘러보며 새소리를 들으니 곧 집에갈 시간이 왔다.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동안 내게 필요한 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아니라 자연을 보고 즐길 여유란 걸 깨달았다.

그래서 종종 여행을 가려고 한다. 버스를 타고 두세시간 처음 가는 지역에 잠시 들렸다가 원하는 풍경을 보고 돌아오면 되는 간단한 일이다. 간단한 일을 어렵게 생각해서 아무것도 못한 스스로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무엇이 그동안 그렇게도 두려웠을까. 

핸드폰을 열어 어플들을 정리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인터넷부터 사용시간 제한을 걸어두었다. 카카오톡 알림도 꺼 놓았다. 내 삶은 현재 있는 여기에서 결정되는 거지, 다른 사람들이 결정하는 게 아니다. 그동안 내 삶에서 나는 없었다. 지금부터라도 진정한 삶을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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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블로스